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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더데일 역설의 소환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22-09-26 조회수571
김윤태 미래농업전략연구원 원장
김윤태 미래농업전략연구원 원장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거의 모든 언론과 정보지에서는 농산물 가격의 폭등 우려와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재고 물량의 방출, 수입 다변화 등을 통해 가격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국내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였지만, 쌀값 하락은 3차 시장격리에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농민들은 올해 수확기 쌀 가격 하락을 예상하며 정부에 신속한 4차 시장격리를 촉구하고 있다.

 잠시 로더데일 역설(Lauderdale Paradix)를 소환해 본다. ‘공공의 부(public wealth)가 감소하면 개인의 재산(private richies)은 증가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봉이 김선달(鳳伊 金先達)이 대동강 물(공공의 부)을 판다고 할 때 모두 웃었다. 어리석다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누가 돈을 지불하면서 사용할 것인가. 대동강의 물은 공유재이다. 커먼(commons)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풍요를 제공해 왔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김선달의 생각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물 가격이 자동차 연료 가격보다 비싸다. 높은 구입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간단하다. 먹을 수 있는 물이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물이 희소해질수록 가격은 오르게 되고 자본가는 이득을 취한다. 반면 자유롭게 사용해 왔던 바로 그 구입자들의 부, 복지는 그만큼 감소한다. 사회적 부의 감소와 자본의 수익 증대가 엇갈려서 발생한다. 바로 로더데일 역설의 진면목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희소성이 강화된다는 의미이다. 농산물 생산자(중간 구입자가 없다고 가정하면)의 농산물 판매수입이 증가하게 되고 수익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로더데일 역설을 적용하면 희소성의 증가와 농민소득의 증가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비농업인들의 부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가격상승을 억제한다는 것은 결국 농산물의 희소성을 줄여서 농민의 소득 증가를 억제하고 비농업인의 부를 안정화해 주는 것이다. 만약 이 경우 농민소득이 비농민 소득보다 높다면 어느 정도 인정되는 조치이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 인프라라고 여기는 공공재의 경우 만인의 이용과 행복을 위해 정부에서 관리되는 주장이 설득력를 얻고 있다. 공공재를 사유화, 희소화할 경우 엄청난 자본수익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이 이것을 사용하지 않고는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요자는 확정적으로 많기 때문에 자본에 의한 지배, 희소화만 하면 수익은 눈두덩이 불어나서 커질 것이다. 공공 부분의 민영화 이면에 흐르고 있는 자본 논리, 자본의 수익추구 메카니즘이다.

 미래에는 안전했던 공기와 물의 희소성이 증대되고, 기후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생태환경과 노지작물 생산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모든 자연 산물은 인간이 만든 재화와 용역으로 상품화되었고, 강화의 과정에서 자본은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길로 달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변되는 미래 인류 생명의 위협에서도 자본은 사유화와 희소화를 추구할 것이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위험들이 증대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식량 부족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와 농업 관련 산업들이 발달하였으나, 자연환경 파괴와 농식품의 안정성 문제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고 최근 많은 나라들이 유기농업과 저탄소 농업의 정책 목표들이 만들어지고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의 우리농업도 농업경쟁력 강화와 산업화에 많은 정책들이 추진되었지만, 환경보호와 지역 농산물의 지역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푸드 정책은 공공재 영역으로 볼 수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공공재 정책들을 만들어야 하며 특히 식량안보차원에서 쌀, 밀, 콩 등의 식량작물 공공비축물량을 확대하여야 한다.

 이제 로더데일의 역설을 소환해야 한다. 거꾸로 ‘개인 재산의 감소를 통해 공공의 부를 증진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의 강화를 통해 공공재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사회의 지배논리에서 정반대로 가야만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 상위 자본가들의 부의 평등한 분배를 통해 만인이 만족하는 생활을 지원해야 한다. 그것만이 희망적인 인류의 미래상을 이루는 첩경은 아닐지. 역설의 역설만이 인류 미래의 희망적 명제이자 목표가가 아닐지. 우리에게 던져진 매우 어려운 짐이다.

 김윤태<미래농업전략연구원 원장>

출처 :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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