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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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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고 먹거리 정책을 마련해야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22-11-02 조회수553
김윤태 미래농업전략연구원 원장
김윤태 미래농업전략연구원 원장

 들판이 누렇게 변해가면서, 나락이 영글어가기 시작하는 매년 9월~10월이 되면 쌀 문제가 주요 농정의 현안으로 거론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언론, TV, SNS 등에서 농민들의 절규를 보도하여 왔다. 반복적인 정치적 사건 정도로 보고 있는 관성이 지속되다 보니 농민들은 나락을 길에 뿌리고, 분신과도 같은 논의 벼를 갈아엎었다. 농민들이 모여서 정부의 대책마련이 미흡하다고 궐기하며 강력하게 대책 강구도 호소하였다.

 함포고복(含哺鼓腹). 먹거리가 풍부하여 걱정이 없고, 배를 두드리고 평안하게 살아가는 백성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흔히 중국 요순임금 시대의 태평성대를 그린 사자성어이지만 지금도 농업이 가지는 가치를 잘 아는 이들은 이 말이 가지는 위대성, 농사라는 것이 공동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통일벼를 통해 쌀 자급도를 완성했다고 국민들 모두가 쾌재를 부르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창천여구(蒼天如舊), 그야말로 그때의 맑고 푸른 마음이 여전하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먹고사는 것이 안정되고 풍부해야 행복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과거와 달리 요즘 배고파서, 기아로 죽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본다. 일부 특별한 사정에 의해 먹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이외에 국가 공동체 차원에서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먹방이 인기일 정도로 먹거리의 풍부함은 많은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되어 왔다. 생명유지 차원에서 맛을 중시하는 고품질 식생활이 일상화 되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록 식량 자급률이 낮고,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으로부터 수입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먹거리 확보는 안정적이다.

 오늘의 쌀 문제 이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시장이 불안정해지자 국가차원의 농산물 확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그리고 관련된 연구와 제언들이 튀어나왔다. 온 나라가 갑자기 국민 먹거리 문제에 집착하였다. 다행히도 농산물판매점에서 사재기는 일어나지 않았고, 그럼에도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들이 뒤따랐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먹거리 불안감 폭발이 약탈과 사재기로 번지면 나라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였을 것이다. 다행히 국제 곡물시장이 비록 가격은 높아졌지만 안정화되었다. 당연히 언론에서도 전문가 집단과 연구기관에서도 조용해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먹거리 확보의 불안이 자주는 아니더라고 한번 발생하면 대단한 파괴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릿고개를 경험한 시대의 사람들은 초근목피(草根木皮)의 배고픈 고통을 간직하고 있다. 당장 풍요에 연연하다가, 어느 순간 먹거리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경우 인간은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사태로 행동한다는 것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아왔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아니한 놈 없다”는 속담에서 도덕의 무너짐을 우려한다. 그것은 공동체의 파괴로 이어진다.

 먹거리의 문제를 대하는 사람들은 사슴을 쫓는 사람은 태산을 보지 못한다(逐鹿目不見太山)는 경구를 교훈삼아 멀리 바라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우리의 경우, 당장 문제해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장 시시비비로 농업문제를 보다가는 망연자실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역사를 통해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늘 준비를 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바로 먹거리 확보이다. 생명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생산하는 사람이 있어야 나라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윤태 <미래농업전략연구원 원장>

출처 :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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